두 아들 육아기/아빠의 육아 생각

형제의 싸움, 외동 아빠는 잘 모르겠습니다.

실습실 옆 육아일기 2026. 9. 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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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TV게임 시켜줘!!!"

이 한마디 말에 잠깐의 휴식과 평화를 위해 TV를 켜고 플레이스테이션을 켰습니다.

그리곤 두 아들에게 오버쿡트를 켜 주었죠.

하지만 잠시후.. 여섯 살 둘째가 자기 마음대로 재료를 집어 던지고 돌아다니니까, 여덟 살 첫째가 결국 컨트롤러를 내려놨어요.

"아빠, 얘 때문에 못 하겠어."

그때 제 입에서 나온 말이 이거였습니다.

"아직 여섯살이라 잘 몰라서 그래, 형이니까 좀 참아."

말해놓고 바로 후회했어요. 첫째 표정이 순간 굳더라고요. 억울한데 그걸 설명할 말을 못 찾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짜증스럽게 한마디 하더라구요

"내가 왜 참아야 하는데!?"


지난 글에서 형제가 왜 싸우는지를 정리하면서, 다음 글에는 아빠의 대처를 담아보겠다고 했었죠.

그런데 막상 쓰려니 잘 모르겠더라구요.

저는 외동으로 자랐거든요.

형제 싸움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사촌동생과의 다툼정도였고 매일 지속되지 않아서 잘 몰랐어요.

누가 내 물건을 허락 없이 만져도 다른것이 많으니까 양보하고 다른걸 가지고 논다던지,

오히려 어린 아이에게 흔쾌히 양보를 했던거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대처법을 정리한 글이 아니에요. 아직 답을 못 찾은 아빠가, 일단 상황부터 정리해본 기록입니다.


1. 우리 집 싸움은 네 곳에서 터집니다

첫째와 둘째가 각자 생각이 생기고 내것에 대한 소유욕이 생길때, 그리고 그걸 표현할 수 있을때,

장난감 "누가 먼저 잡았느냐"가 하나, "이건 내 건데 왜 만지느냐"가 다른 하나예요. 둘 다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됩니다.

유튜브 각자 패드를 주면 조용해요. 문제는 거실 TV로 하나만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오버쿡드나 무빙아웃을 같이 시켜주는데, 둘째가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니까 첫째가 짜증을 냅니다. 매번 여기서 끝나요.

순서 목욕, 양치. 누가 먼저 하느냐로 매일 밤 실랑이를 합니다.


2. 정리하고 나서야 보인 것

네 가지를 나란히 적어놓고 한참 봤어요.

그러다 알았습니다. 싸움의 대상이 다 다른데, 싸움의 내용은 하나더라고요.

  • 장난감 → 이건 누구 것인가
  • 유튜브 → 뭘 볼지 누가 정하나
  • 게임 → 어떻게 할지 누가 정하나
  • 순서 → 누가 먼저인가

전부 "누가 정하느냐" 였어요.

장난감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보고 싶은 영상이 달라서도 아니었습니다. 결정권을 두고 싸우는 거였어요.

이걸 깨닫고 나니 제가 왜 매번 실패했는지도 같이 보였습니다.


3. 협동 게임인데 왜 싸울까

오버쿡드와 무빙아웃은 둘이 같은 편입니다. 이기고 지는 상대가 없어요. 같이 요리하고, 같이 짐을 옮기는 게임이에요.

그래서 건전한 게임이라 생각하고 시켜줬습니다.

싸울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그런데 여기서 터지더라구요.

한참 지켜보다가 알았어요.

여덟 살은 이제 순서와 효율이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예요. '이것부터 하고 저걸 해야 시간 안에 끝난다'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여섯 살은 아직 그게 안 됩니다. 눈에 보이는 걸 집고, 재밌어 보이는 쪽으로 뛰어요. 그게 잘못이 아니라 그 나이가 원래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첫째 입장에서는 계획이 매번 무너지는 거예요. 둘째 입장에서는 자꾸 혼나는 거고요.

같은 편인데 각자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4. 저는 판사였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사실 생각이 제일 많은 부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싸움이 나면 늘 같은 걸 했습니다.

"누가 먼저 잡았어?" "누가 먼저 시작했어?"

사실관계를 밝히고, 잘잘못을 가리고, 판결을 내렸어요. 그게 공평한 아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판결에는 문제가 있었어요.

첫째, 그 사건 하나만 끝납니다. 십 분 뒤에 똑같은 싸움이 다시 시작돼요.

둘째, 아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술을 배웁니다. 목소리 큰 쪽, 먼저 우는 쪽이 유리하다는 걸 알게 되면 다음 싸움은 더 시끄러워집니다.

셋째, 결정권이 계속 저한테 남습니다. 아이들이 싸우는 이유가 '누가 정하느냐'였는데, 매번 아빠가 정해버리니까 둘은 영영 정하는 법을 못 배웁니다.

그리고 "형이니까 참아"는 판결 중에서도 가장 나쁜 쪽이었어요. 첫째에게는 억울함이 쌓이고, 둘째는 어리면 봐준다는 걸 배웁니다. 아무도 이득을 못 봐요.


5. 유일하게 잘 풀린 건, 판결하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네 가지 중에 하나는 이미 조용해졌어요.

유튜브입니다.

그때 저는 누가 먼저 볼지 정해주지 않았어요. 그냥 각자 패드를 줬습니다.

싸울 상황 자체를 없앤 거예요.

지금 와서 보니 이게 유일하게 성공한 개입이었습니다. 제가 판단하지 않은 유일한 경우이기도 하고요.

판결은 사건을 끝내고, 구조는 사건을 없앤다는 걸 그때는 몰랐어요.

사실 패드를 쥐어주는것도 죄책감이 들긴 했어요..


6. 그래서 한달간 이걸 해보려 합니다

나머지 세 가지도 판결 말고 구조로 바꿔보려고 해요.

순서 다툼 → 달력에 맡기기 짝수 날은 형이 먼저, 홀수 날은 동생이 먼저. 욕실 문에 붙여두려고 합니다.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날짜가 정하는 거예요.

"내 거" 문제 → 경계 미리 긋기 각자 절대 손대면 안 되는 물건을 세 개씩만 정하기로 했어요. 나머지는 전부 공용입니다. 매번 판결하는 대신 규칙을 한 번 정해두는 쪽으로요.

게임 → 대장 정하고 시작하기 한 판마다 대장을 정하려고 합니다. 이번 판은 형이 지시하고, 다음 판은 동생이 지시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오버쿡드는 좀 줄이고 무빙아웃을 늘려보려 합니다. 시간에 쫓기는 게임이 덜한 쪽이 여섯 살한테는 나을 것 같아서요.

"먼저 잡았어?" 안 묻기 이게 제일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보려고요. "둘 다 그게 갖고 싶구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판단도 해결책도 주지 않고 상황만 말로 비춰주는 거예요. 답답해서 제가 먼저 못 견딜 것 같지만, 일단 해보겠습니다.


마치며

오늘 글에는 결론이 없어요.

형제를 키우는 법을 저는 아직 모릅니다. 외동으로 자란 아빠가 형제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하나는 알 것 같습니다. 제가 판사석에 앉아 있는 한, 두 아이는 스스로 정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는 것.

한달 뒤에 다시 기록하겠습니다. 잘 됐으면 잘 된 대로, 실패했으면 실패한 대로 그대로 적을게요. 아마 후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이어가려 해요.

  • 한달간 판사석에서 내려와 본 기록
  • 외동으로 자란 아빠가 형제 육아에서 자꾸 놓치는 것들
  • 여덟 살과 여섯 살,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리는 이유

혹시 형제를 키우고 계시다면, 그리고 이미 저보다 앞서 겪어보셨다면 댓글로 편하게 알려주세요. 이 글만큼은 제가 배우고 싶은 쪽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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